남화의 대표작가인 한국화가 희재(希哉) 문장호 화백이 12일 오전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76세.
1950년대 말 이후 호남 남화산수화의 산증인인 고인은 전통 남화산수화의 필법과 정신을 따르면서 지속적인 탐구정신으로 독창적인 회화세계를 구축했다.
특히 그는 전통과 실경의 조화 속에서 새 남도화풍을 추구하려는 시도로 무등산, 설악산, 백도, 거문도, 진도, 관매도, 울릉도 등 주변 산하와 대만, 일본 등지를 여행하면서 현장스케치 또는 사진으로 포착한 실경과 관념을 재조합해 화폭에 담았다.
나주 다시면에서 태어난 문장호 화백은 17세에 의재 허백련 선생 문하에 들어가 스승의 필법을 따르면서 자기의 기질과 화풍에 맞는 ‘모아준법’이라는 개인의 독창적인 준법을 개발, 전통화법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했다.
“옛 대가들의 정신세계를 모르면 뿌리를 잃게 되고 그렇다고 새것 찾기를 게을리하다가는 더 이상자랄 수 없게 된다”라는 것이 고인의 평생 지론이었다.
또 힘찬 필치로 계류(溪流)의 느낌을 잘 표현했으며, 산수 외에도 전통화조와 정교한 공필법(工筆法)에도 능했다.
특히 의재 선생이 중심이 되어 전통 남종화의 부흥을 위해 만든 연진회(鍊眞會)와 연진미술원을 이끌면서 제자양성과 남종화 활성화에도 힘썼다. 김대원, 강현채, 고화석, 박희석, 김인선, 이동영, 최현철, 홍성국씨 등이 고인의 제자다.
문장호 화백은 한국화협회 창단 발기인, 국제예술문화교류협회장 등을 역임했고, 조대와 전대에서
강의를 하면서 후진양성과 한국화 발전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02년 대한민국 옥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